파리 지하철은 악명이 높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파리로 유학 간다고 하니 안전을 걱정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닐 정도...ㅋㅋㅋ 걱정되는 마음에 파리에서 소매치기 조심하라고 유튜브 영상을 보내준 지인들도 많다. 쫄보로 유명한 나, 겁쟁이답게 조심조심 다닌 결과, 파리 생활 두 달 차, 파리 지하철에서 무사히 생존 중이다.
왜 악명이 높은가?
위생
우선, 더럽다. 진짜로. 지하철 내에 지린내(...)가 난다고 그랬는데, 진짜 난다. 다만 옛날보단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올림픽의 영향으로 파리가 전체적으로 많이 깨끗해졌다고 한다. 올림픽 이전에 파리에 와본 적이 없으니 이전이 어땠는지 알 수 없으나, 오래 산 사람들의 얘기들 들으면 올림픽 이후 행정을 포함한 많은 것들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지하철에서 아예 냄새가 안 나는 건 아니다. 역 내에서 정체불명의 액체가 바닥에 흐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고(높은 확률로 누군가의 소변...), 그냥 생각 없이 역을 통과하고 있는데 어디서 강렬한 냄새가 날 때가 있다. 지하철 내부에서 날 때도 있다(진짜 왜?). 또한 정말 다양한 국가에서 여러 인종들이 있다 보니 정말 한국에서는 맡을 수 없는 기상천외한 냄새가 인간에게서 날 때가 있다. 지하철에 사람이 몰릴 때는 정말...😇 이건 어쩔 수 없다. 그냥 견뎌라. 다만 파리 지하철은 역간 거리가 짧기 때문에 잠시만 견딘다고 생각하고 버텨라.
소매치기
겨울은 파리 비수기다. 관광객이 비수기면 소매치기들도 비수기다. 그래서 그런가, SNS에서 보던 소매치기 무리는 아직 못 봤는데, 간간히 소매치기당했다는 소식이 교민 톡방에 올라오곤 한다. 소매치기 일 순위 타깃 관광객. 관광객은 어쩔 수 없이 티가 난다. 파리 사는 사람들은 출근하기 싫어서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또는 피곤에 찌든 얼굴로 다니는데 관광객은 모든 것이 신기하고 즐겁기 때문에 만면이 싱글벙글이다. 티 안 날 것 같죠? 진짜 다 티 남. 그러니 더 각별히 신경 써야 안 털린다.
제일 중요한 지갑은 무조건 가방 제일 깊숙한 곳에 넣어야 한다. 그리고 가방은 무조건 앞쪽으로 매야 한다. 크로스백이 제일, 백팩도 무조건 앞쪽으로 돌려 매라. 파리 지하철은 한국 지하철만큼 크지 않기에, 조금만 사람이 타도 금방 꽉 찬다. 역에 도착할 때마다 내리는 사람, 올라타는 사람으로 정신없기 때문에 누가 내 가방을 만지고 있는지 정말 모른다. 또한 핸드폰 도난방지 스트랩이 필수이다. 나는 이거 차고 있으면 너무 관광객 티가 날까 싶었는데, 웬걸, 프랑스 현지 사람들도 찬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이거 찬다고 특히나 더 관광객 티가 나는 게 아니니 사람 붐비는 곳에 갈 때는 무조건 손목에 도난방지 스트랩을 껴라. 만약 가방 앞으로 매는 것이 번거롭다면, 백팩을 메지 말고, 작은 크로스백을 앞으로 매고 여기 안에 모든 중요한 것들을 집어넣자. 그리고 부피가 조금 큰 옷 같은 짐들을 에코백에다 넣어서 가방을 두 개 매고 다녀라. 대부분의 파리 사람들이 이렇게 가방을 두 개 매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치안
역사 내부에도 간혹 노숙자들이 있다. 구걸을 하는 사람들도 있기에 밤늦은 시간에는 주의하길 바란다. 파리 지하철은 새벽 1시 넘어서도 운영한다. 그래서 늦은 시간에도 사람들이 다니지만, 내부에 CCTV나 역무원들이 없기에 조심 또 조심하자. 또한 사람 많이 다니는 큰 역이라고 안전한 건 아니다. 한국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 피곤하지만 계속 경계하고 살아야 한다. 외국에서 사고 나면 그것만큼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없으니...
이걸 치안으로 분류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파리는 무임승차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26세 미만까지는 학생 할인이 있어 교통비가 굉장히 싸지만, 그 이후부터 교통비가 급격히 비싸지기 때문에 무임승차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개찰구 뛰어넘는 사람도 봤고, 개찰구에 찍고 들어가는 사람 뒤를 따라서 같이 통과하는 사람도 있고(내가 당해봤다. 나에게 뭔 피해가 있는 건 아니지만, 뭔가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지하철 역에서 나올 때 카드를 다시 안 찍기 때문에 나오는 문에서 다른 사람이 나온 틈에 쏙 들어가는 사람도 있고, 정말 별별 케이스를 다 봤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가끔씩 역 내부에 검표원들이 있다. 걸리면 벌금이니 따라 하지 말자.
안전
요즘은 스크린도어가 생긴 호선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호선은 스크린도어가 없다. 확실하게 스크린도어 있는 걸로 기억하는 호선은 1, 4, 14호선 정도? 종종 선로에 떨어져서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으니, 지하철 기다릴 때 최대한 벽 쪽으로 붙어서 내 뒤에 누가 없는 것을 확인하자. 최강 쫄보인 나는 누가 뒤에서 선로로 밀어버릴까 봐 무서워서 선로에 가까이 못 있겠다. 또한 스크린도어가 있는 호선들은 자동호선이다. 자동문이라 다른 호선들처럼 열고 타지 않아서 좋지만(문 여는 것도 조금 귀찮다), 스크린도어가 정말 가차 없이 닫히기 때문에 문이 닫힐 거라는 알람음이 울리면 무리해서 타지 말자. 타 호선들도 마찬가지다. 파리 지하철은 열차 간격이 짧기에 대부분이면 5분 이내로 다음 열차가 온다. 길어봤자 10분이다. (전 경기도민으로서 5분 이내로 지하철이 온다는 사실이 너무 좋다...) 또한 사람이 붐비는 시간에는 열차가 꽉 차서 못 타는 경우도 있으니 그런 경우 그냥 보내고 다음 거 타자.
파업
아직 철도 파업은 안 겪어봤지만, 프랑스는 파업의 나라이지 않는가. 파업이 정말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자전거도 굉장히 많이 타고 다닌다. 여하튼, 파업 또는 열차 점검 때문에 열차가 안 오는 경우가 있다. 파리가 워낙 크고 국제적인 도시다 보니 항상 테러의 위험이 있어, 누가 지하철에 짐을 두고 내리면 혹시 이게 폭탄일까 봐 열차를 정차시키고 짐을 검사한다. 그럼 현지인들은 상황을 파악하고 알아서 움직이지만, 관광객들은 당혹스럽기 마련이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지하철이 안 움직일 때도 있으니, 나는 파리에선 구글 맵보다 Citymapper 이 어플을 쓰는 것을 추천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무조건 이 어플을 사용하자.
편리성
파리는 지하철 내에 대부분 화장실이 없으며,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도 없다. 그럼 거동이 불편하거나,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얄짤없다. 그냥 계단으로 다닌다. 그러니 파리 올 때 캐리어가 두 개 이상이면, 괜히 돈 아낀다고 지하철로 숙소까지 이동하지 말고 편하게 택시 타자. 소매치기 위험도 없어서 편하다. 가끔가다 지하철 내부에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있을 때도 있는데 대부분 잘 눈에 안 띄는 장소에 있다. 벽면을 자세히 잘 보면 토끼 같이 생긴 무언가가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는 그림이 붙어있을 때가 있는데 그럼 그곳에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소리이다.
여담
위생과 치안 등으로 여러 불편한 점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역 벽면에 대문짝만 하게 역 이름이 붙어있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든다. 한국도 쓸데없는 광고 보여주지 말고 그냥 역 이름만 띄워줬으면 좋겠다. 파리 지하철은 음성 안내가 없다. 이번 역에서 잠시 정차합니다와 같은 안내방송은 해주지만, 이번이 무슨 역인지 안내해 주는 호선은 많이 없다. 정신 차리고 계속 바깥 살피기!
작은 지하철 에티켓을 적자면, 지하철에 사람이 붐비는 시간에는 접히는 의자에 안 앉는 것이 예의다. 실제로 파리 사람들은 지하철에 사람이 많이 타면 여기에 앉아 있다가도 일어나서 의자를 접는다. 또한 개찰구를 들어가거나 나올 때 문 같은 모양이면 뒤의 사람을 위해서 잠시 잡아주는 것이 예의다. 이건 지하철뿐만 아니라, 문을 열고 닫는 모든 상황에서 내 뒤에 사람이 있다면 백이면 백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잡아준다. 그럼 나도 감사하다고 인사한 뒤, 내 뒤에 사람을 위해서 잡아주면 된다.
맞다, 지하철 티켓을 처음 살 때는 매표소에 가서 사면 되는데 종종 직원이 없을 때도 있다. 그럼 직원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웬만하면 이 사람들 다 영어를 어느 수준으로 하니 걱정말자. 일주일 권, 한 달 권, 이런 식으로 기간 내에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티켓은 카드 형식인데 이런 경우 양도 불가이기 때문에 증명사진을 붙여야 한다. 매표소 근처에 사진기가 있다. 만약 나처럼 사진 찍기 귀찮거나 돈 아까우면 한국에서 증명사진 챙겨 오는 걸 추천. 요즘은 어플로 티켓 사는 것이 가능하다는데 나는 안 해봤다. 종종 결제만 되고 카드는 발급 안 되는 아주 귀찮은 상황도 발생하는 걸 봤어서 그냥 매표소 가서 사는 걸 추천한다. (학생 카드는 무사히 인터넷으로 사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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