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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프랑스 유학

[생활] 프랑스에서 국제택배 받은 후기

by veggie-garden 2024. 12. 2.

결론부터 쓰자면 프랑스에서 택배 받는 것은 험난하다.

 

한국에선 온라인에서 물건을 사거나, 누가 나에게 택배를 보내면 신경 쓸 일 하나도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저 배송되기만을 기다리다, 배송 완료되었다는 문자를 받은 후 문 앞에 있는 택배를 가지고 집에 들어가면 끝이다. 택배를 받으려 하루종일 집에서 기다린다? 택배가 오배송되어 내 택배가 그 길로 사라진다? 다른 사람의 택배가 나에게 잘못 배송됐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이건 한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나의 험난한 택배 수령기

간단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요약하자면, 자기네들 사정으로 배송을 미뤄놓고 수취인 부재라고 해서 사람 깜짝 놀라게 만들기, 다른 사람 택배를 나에게 주고 아무 책임 안 지기, 한날한시에 발송한 짐을 여러 번에 걸쳐서 배송하기, 이런 일이 있었다. 처음에는 왜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 열받았지만, 나중에는 그저 내 짐이 무사히 배달이 되기만 한다면 감사할 지경에 이르렀다. 결론적으로 모든 짐을 잘 받았지만, 다시는 여기서 택배 배송을 받고 싶지 않다.

 

우선 제일 불편한 점. 어느 날에 몇 시쯤 배송 올 지 미리 연락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라는데, 나는 그 어떠한 사전 연락을 못 받았다. 물론 그 시간에 온다는 보장이 없어서 하루종일 기다리게 만든다는데, 대충 언제쯤에 온다는 것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지 않는가. 언제쯤 배송 올지 모르니 며칠을 그저 집에서 하염없이 택배만 기다렸다. 감사하게도(?) 배달부가 우리 집에 도착하면 택배 수령하라고 전화를 주는데, 이 전화는 제대로 주었다. 그런데 이 사람들, 대부분 영어를 못 한다. 프랑스에 살려면 프랑스어를 해야 한다. 진짜로.

 

두 번째로 불편한 점, 오배송으로 다른 사람 택배를 내가 받았지만 아무도 그 어떠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택배사에 연락을 취했지만 이 사람들, "우리 배달부가 가서 찾아갈 수도 있으니 당분간 보관해 달라." 이게 끝이다. 찾으러 가겠다도 아니고 찾으러 갈 수도 있다는 이 가정문, 정말 이게 뭐지? 내 택배가 만약 다른 사람에게 잘못 배송되면 이렇게 사라지는구나 싶었다. 결국 이 잘못 온 택배는 다음날 내 택배를 전달해 주러 온 택배 기사님 손에 돌려보냈다. 이거 내 짐 아니라고, 잘못 배송된 거니 다시 가져가라고, 나 이 짐에 손 안 댔다고 번역기로 열심히 설명하면서 말이다.

 

세 번째로 불편한 점,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정하는지 모를 관세. 관세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보았지만, 하나같이 다들 무슨 기준으로 어떻게 정하는지 모르겠다는 글이 많았다. 나 또한 관세 폭탄을 맞았는데, 전자기기에 관세가 측정된 것이 아니라 쓰던 가방과 책에 관세가 붙었다. 혹 유럽으로 택배를 보낼 일이 있다면, 중고는 꼭 used라고 표기하고 가격은 0으로 써라. 안 그럼 나처럼 중고 상품에 억울하게 관세가 붙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이 관세받는 과정도 조금 웃긴 게, 꼭 현금으로 받는다. 아니, 자금 추적이 어렵게 왜 현금으로 받는지...? 게다가 관세가 얼마가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정확한 금액을 준비해놔야 한다. 만약 큰 금액의 현금밖에 없는 상태에서 배달 기사가 거스름돈이 있다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만약 거스름돈이 없다면 그냥 돈을 더 주고 택배를 받던지, 아니면 돌려보내고 우체국에 가서 내 짐을 찾아서 올지 선택해야 한다. 여기가 카드를 잘 안 쓰는 곳이라면 모를까, 여기 와서 이때 빼고는 현금 쓸 일이 없었던 나는 왜 꼭 현금으로 관세를 받는지 잘 모르겠다. 카드 리더기를 배달 기사들에게 다 지급해줘야 하는데 그게 돈이 많이 들어서 그런가...?

 

한국의 배달 시스템을 생각하면 이곳은 정말 비효율의 극치이다. 모든 상품의 비용과 배달비까지 내가 지불했는데도 불구하고 내 짐이 제대로 배달될지 안될지 몰라 불안에 떨어야 한다니! 유럽, 그것도 낭만의 도시 파리에 산다고 하면 부러움을 사기 일수이지만, 실상 그 이면에는 이런 행정적 불편함이 다수 포진해 있다. 그 어느 나라나 완벽한 나라는 없으며, 각국마다 다 장단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어디에서나 행복하게 살려면 단점보단 장점에 집중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을 알지만, 이런 행정적 불편함을 겪을 때마다 한국이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직 생활 초반이라 자꾸 한국의 삶을 되돌아보고 있지만, 시간이 흘러 이곳의 삶에 익숙해지고 즐기게 되면, 한국에 있으면 파리가 그립고, 파리에 있으면 한국이 그리워지는 그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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