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은행 계좌 만들면서도 경험하는 프랑스 행정... 한국에서는 계좌 개설 단 하루면 가능하지만, 여기서는 최악이면 한 달도 걸릴 수 있다. 나는 어떻게 계좌를 만들었고, 만드는 데 얼마나 걸렸는지 공유하려 이 글을 쓴다.
요약
- 총 11일 걸림 (근데 여기는 싸데뻥이라서 다들 걸리는 시간이 다 다름. 운 좋게 빨랐던 편.)
- 필요 서류는 바로 밑에 적어놨음 (첫 4개는 필수인 걸로 알고, 싸데뻥이라 이거 말고도 더 요구할 수 있음.)
- 은행은 무조건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서류
최종적으로 제출한 서류는 아래와 같다.
- 여권 복사본
- 비자 복사본
- 재학 증명서
- 거주지 증명서
- 얼마를, 어느 은행에서, 얼마씩, 무슨 이유로, 누가 누구에게 송금하는지 설명하는 송금인의 서명이 있는 편지 (영문)
- 송금인이 어느 은행의 고객인지 증명하는 증명서 (그냥 영문으로 잔고증명서를 발급받았다)
- 송금인 신분증 (여권 스캔본)
본문
우선 은행은 >>>무조건 집이랑 가까운 곳<<< 에서 계좌를 개설하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고 하니, 한국처럼 마이데이터와 같은 서비스가 없고, 전산으로 고객 정보를 관리해도 한국만큼 발달하지 못했다 보니, 업무 유형에 따라서 내 계좌를 개설해 준 내 담당 직원만 해결 가능한 일이 있다. 그 말인 즉, 같은 은행의 타 지점에 가도 "네 담당 직원 찾아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소리다.
그래서 나도 프랑스 입국하자마자, 미리 알아본 집 근처 5분 거리에 있는 은행에 가서 rendez-vous(헝데부, 약속)를 잡았다. 어떤 사람은 헝데부 없이 바로 그날 계좌 개설이 가능했다던 사람도 있는데, 역시 싸데뻥의 나라. 사람마다 다 경험이 다르다. 은행에 들어가서, 우선 인사하고 바로 나 프랑스어 못하니, 번역기를 쓰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인사말과 나 불어 못해요만 프랑스어로 할 수 있는 사람...) 번역기에 계좌를 만들고 싶다고 쳐서 보여주니, 은행 직원이 혹시 서류들을 들고 왔나며 물어봤다. 나는 인터넷 서칭으로 미리 알아 준비한 4가지 서류 - 여권과 비자 복사본, 학교 등록증, 거주지 증명을 차례로 보여줬다. 여권도 꼭 들고 가라! 직원이 찬찬히 그걸 보더니, 내 서류를 복사해갔다. 그리고 다음주 언제쯤 시간이 되는지 물어보고, 헝데부를 잡고 집에 돌아왔다.
드디어 헝데부 날! 은행에 들어가니, 그 직원이 나를 자기 사무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리고 하는 말이, 요즘 프랑스는 테러 위험 때문에 출처를 모르는 외화가 들어오는 것을 굉장히 경계한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무슨 목적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한국에 계신 부모님이 무슨 이유로 얼마씩 어느 은행에서 돈을 보내는지 증명하는 레터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내 계좌는 오늘 개설이 되어 당장 사용이 가능하고, 카드 발급까지 10일이 걸리기 때문에 그전까지만 레터를 보내면 된다고 해서, 참고하게 다른 사람이 이런 식으로 쓴 레터가 있는지 물어보고 그걸 사진 찍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단 한 번도 이런 걸 요구했다는 블로그 글을 못 봤기에 굉장히 당황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또 싸데뻥인거지.
헝데부가 끝나고, 나는 내 IBAN 번호가 적힌 종이를 받고, 직원이 내일 다시 찾아와서 내 ID(IDENTIFIANT)를 받아가라고 했다. 은행 어플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ID가 필요한데, 한국은 마이데이터가 있어 내가 내 자신이다라는 것을 증명하기가 쉽지만, 여기는 그런 게 없어서 자기 자신을 전산으로 증명하기 어려워서 그런지 무조건 뭘 만들면 ID는 사측에서 만들고 그걸 내가 받아서 쓰는 형식이다.
여하튼 다음날 은행에 다시 방문했더니, 내 담당 직원은 오늘 휴가라고 해서 띠용함. 엥스러웠지만 다행히도 ID를 받으러 왔다는 내 설명을 듣고 내 ID가 적혀있는 종이를 줬다. 그리고 직원이 LCL 은행 어플을 다운받으라고 하더니 어플 접속하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도와줬다. 원래는 직원이 어플 접속하고 어쩌고 하려면 비밀번호가 우편으로 올 것이다 이래서 이것에 대한 설명을 저번에 아무것도 못 들어서 ??? 이 상태로 있으니 직원이 잠시만, 이러더니 뭘 찾는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보고 무슨 QR 코드를 찍으라면서 이걸 찍으면 어플 접속이 가능할 거라고 함. 그래서 직원이 시키는 대로 QR 찍고, 계속하라는 대로 했더니 접속 완료! 어플에 최초 로그인하는 것도 이렇게 힘들다. 직원 왈, 원래 옛날에는 계좌 비밀번호니 뭐니 이런 거 다 우편으로 받아야 했는데, 코로나 시기와 올림픽을 거치면서 프랑스도 서서히 디지털로 전환하여 절차를 간소화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뭐든지 빠른 한국에 살다 보니 이런 비효율적인 일처리가 조금 이해하기 어렵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내가 이 나라를 바꿀 수도 없고. 인터넷으로 본 것보다 훨씬 간소하고 빠르게 계좌 개설이 됐으니 이것만으로 감지덕지. 실제로도 다른 한인들에게 물어보니, 이곳에 산지 오래된 한인들은 다들 이렇게 빠르게 일처리가 됐냐면서, 운이 굉장히 좋은 거라며 놀라워했다. (나: 계좌개설과 카드발급까지 11일이 걸렸는데....? 이거 감사해야 하는 일이었구나...)
추가 서류도 이메일로 보냈겠다, 은행 어플에 접속도 되겠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니 내 담당 직원이 내 카드가 발급됐으니 은행에 찾으러 오라며 이메일로 알렸다. 그래서 은행에 바로 가니, 데스크에 있는 내 담당 아닌 다른 직원이 내 여권(본인 확인 과정)을 확인하고 내 카드를 줬다. 그리고 직원이 카드 비밀번호 아냐고 물어봤는데 나는 뭐 아는 게 없어 물음표만 띄우고 있자, 직원이 어플을 통해서 카드 비밀번호를 확인하는 법을 알려줬다. 은행 어플이 스크린샷이 불가능해서 글로 설명해 보자면, 우선 어플에 로그인을 한다. 그리고 "Cartes" 버튼을 누르고 "SOS CARTE"라는 버튼을 누르면 "Consulter le code confidentiel"이라는 버튼이 나온다. 그럼 그걸 클릭해서 본인인증을 하면, 바로 카드 비밀번호를 10초 보여 준다. 혹시 카드 비번을 까먹으면 이렇게 확인하면 된다! (실은 카드 비번도 은행에서 설정해서 준다는 게 조금 놀라웠다.) 카드 활성화는 계좌에 돈을 넣고, 출금을 해야 활성화가 가능하다. 계좌를 개설하고 카드 받기까지 걸린 시간 11일! 그래도 생각만큼 오래 안 걸려서 다행이다 싶었다. 나도 이제 프랑스 계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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